한국에서 살 때도, 또 캐나다에 이민 와서도 늘 귀에 들어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골프 안 치면 사람들하고 어울리기 힘들다”는 말이죠.
저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골프채조차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물론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가 골프 인프라가 꽤 잘 돼 있고, 벤쿠버 근처에도 이름만 대면 아는 골프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 그리고 꼭 골프여야 할 이유가 뭐지?”

한국에서의 골프 = 사교와 영업의 연장선
한국에 계신 지인들을 보면, 골프는 그저 취미라기보다 인맥 관리의 필수 코스입니다. 회사 임원들, 거래처 사장님들, 심지어 동네 모임까지 “우리 이번 주말에 골프 한 판 칠까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필드에서 공 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18홀 돌고 나면 저녁 모임, 술자리, 2차, 3차까지 이어집니다. 결국 골프가 아니라 인맥 다지기의 장기전이 되는 거죠.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참 부담스럽습니다. 스포츠라면 땀 흘리고 끝내면 되는 건데, 한국식 골프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결국 또 다른 약속을 만들어내는 장치처럼 보이니까요.
캐나다에서의 골프 = 여유의 상징?
반면 캐나다에서 골프는 조금 다르게 소비됩니다. 여기선 단순히 운동이자 여가입니다. 골프장에 가면 직장인보다 은퇴한 시니어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잔디 냄새 맡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공을 치는 것 자체가 삶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은 거죠.
물론 캐나다에서도 골프가 싸지는 않습니다. 그린피, 장비, 시간—all 합치면 결코 대중 스포츠라고 부르긴 힘듭니다. “누구나 즐기는 생활 스포츠”라기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는 왜 골프를 하지 않나
저는 개인적으로 골프를 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첫째, 시간.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보내기도 빠듯합니다. 18홀을 다 돌려면 절반의 하루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솔직히 그 시간에 저는 아이와 공원에 가서 축구를 하거나, 가까운 산책로를 걷는 게 더 행복합니다.
둘째, 비용. 캐나다라고 해서 무조건 싸지 않습니다. 한국보다는 저렴할 수 있지만, 매번 골프장 예약하고 장비를 갖추는 비용은 부담스럽습니다. 결국 “돈이 많은 사람들의 취미”라는 선입견을 떨치기 힘든 거죠.
셋째, 꼭 골프여야 하냐는 의문. 세상에는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하이킹, 자전거, 캠핑, 심지어 무료로 할 수 있는 산책조차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굳이 돈과 시간을 쏟아가며 골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캐나다 한인들의 ‘골프 모임 문화’를 바라보며
재밌는 건, 캐나다에 와서도 한국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여전히 골프가 주요 화두라는 겁니다.
“이번에 누가 새로 왔대, 같이 골프 한 판 하자.”
“골프장 예약했는데, 사람 더 필요해.”
골프는 어느새 한국인들끼리 뭉치는 연결고리가 된 듯합니다. 마치 예전 한국에서 삼겹살집 술자리에서 인맥을 쌓던 것처럼, 이제는 캐나다에서 골프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뿐이죠.
결국 골프를 치지 않는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모임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게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겐 또 다른 방식의 인간관계, 또 다른 방식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골프여야 할까?” 다시 묻고 싶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느낀 건, 사람은 결국 자기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골프에서 기쁨을 찾고, 누군가는 가족과의 소소한 산책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골프가 인간관계의 도구로만 소비되는 건 조금 씁쓸하다는 겁니다. 공을 치는 스포츠라기보다는 결국 또 다른 모임, 또 다른 술자리, 또 다른 거래처 관리의 연장선이라면, 그건 운동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니까요.
저는 오늘도 골프채 대신 가족과 산책을 택합니다. 누군가는 저를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이라 말할지 몰라도, 제게는 이게 가장 건강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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