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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주제

지지직, 그 시절의 영웅 – 영웅은 떠나도 기억은 남는다(헐크호건)

지지직…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던 그 오래된 브라운관 TV 앞에서, 나는 매주 손으로 안테나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를 기다렸다. 금발 머리에 빨간 머리띠, 찢어진 근육과 포효하는 외침. 그 이름은 헐크 호건. 어렸던 나에게 그는 진짜 영웅이었다. 힘센 사람은 착해야 한다는 믿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도, 나는 그에게서 배웠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 켠이 덜컥 무너졌다. 현실의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가고, 어린 시절의 환상은 하나씩 퇴장하는 것 같다. 영웅은 늙지 않는 존재라 믿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다. 그들과 함께 나의 추억들도 조금씩 흐려지는 기분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헐크 호건은 단지 프로레슬러가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멋짐’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가끔 묻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름이 역사에 남지 않아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따뜻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삶은 레슬링 링과 비슷하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환호와 야유가 뒤섞인 무대 위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한다. 나는 이제 관객이 아닌, 무대 위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 “그 사람 참 멋있었지”라고 기억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내 방식대로 싸우고, 웃고,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