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시락 뭐야?”
매일 아침, 눈 비비며 부엌으로 향하는 제게 아이가 묻습니다. 그리고 전 늘 생각합니다.
‘오늘은 뭘 싸줘야 잘 먹고 오려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맞닥뜨린 예상 밖의 문화 충격. 바로 ‘도시락’입니다.
한국에서야 점심시간이면 따뜻한 급식이 제공되고, 영양사 선생님이 짠 균형 잡힌 식단에 따라 아이들은 고루고루 먹을수 있겠죠. 반면,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고, 부모가 직접 싸주는 도시락이 곧 ‘점심’입니다.

“김밥 싸갔더니, 혼자 먹었대요”
처음엔 ‘내 손으로 도시락 싸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성껏 김밥도 싸주고, 불고기 덮밥, 주먹밥에 국까지 보온병에 챙겨보낸 날도 있었죠. 하지만 돌아온 아이의 말 한마디에 제 마음은 무너졌습니다.
“엄마, 나 혼자만 이상한 거 먹었어. 애들 다 샌드위치야…”
그날 이후 저는 ‘튀지 않는 도시락’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배웠습니다. 땅콩버터 샌드위치(하지만 요즘은 땅콩 알레르기로 금지), 크래커와 치즈, 삶은 달걀, 시리얼 바, 요거트 같은 메뉴들이 보편적인 아이들 점심이라는 것을요.
차갑고 영양 불균형한 ‘런치박스’
더 놀라운 건, 대부분 아이들이 차가운 점심을 먹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학교엔 전자레인지가 없기에 따뜻한 음식은 불가능하고, 가방 안에서 몇 시간 동안 보관되니 도시락이 눅눅해지기 일쑤죠. 샌드위치에 치즈 하나, 사과 조각, 과자 한 봉지로 끝나는 점심을 보면 솔직히 ‘이걸로 하루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한국의 급식이 너무 부러운 순간이죠.
미역국, 잡채, 나물, 김치, 과일까지... 한국 학교 급식의 다채롭고 따뜻한 식단에 비하면, 지금의 캐나다 도시락은 한숨이 나올 정도입니다. 먹는 건 아이의 기본인데, 매일 이렇게 간단한 음식만 먹어도 괜찮은 걸까요?
영양 걱정, 발육 걱정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발육’입니다. 점심 한 끼의 질은 아이의 성장과 집중력에 직결되는데, 영양 균형 맞추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한국식으로 나물, 채소, 고기를 조화롭게 싸주고 싶어도 아이가 안 먹거나, 냄새 때문에 친구들 눈치를 보거나, 심지어 선생님이 음식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도 하니 점점 더 ‘현지화된 도시락’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요즘 ‘도시락은 예술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눈치 안 보이고, 아이가 잘 먹고, 음식이 망가지지 않는 메뉴 찾기. 그 자체가 매일 아침의 과제입니다.
‘먹는 것’으로 시작된 문화의 차이
이 작은 도시락 하나에 문화의 차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은 집단 급식을 통해 사회성과 균형 있는 식습관을 함께 배우지만, 캐나다는 개인 도시락을 통해 ‘자기 선택’과 ‘독립성’을 강조하죠. 아이들은 각자 다른 도시락을 먹으며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을 스스로 표현하는 연습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아이의 입맛’이 받아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저는 매일 아침 냉장고 앞에서 고민합니다.
‘오늘은 뭘 싸줘야 남김 없이 먹고, 기분 좋게 돌아올까?’
도시락, 포기하지 않을게
솔직히 가끔은 사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도시락 배달 서비스라도 도입됐으면 하는 마음도 들죠. 물론 그만큼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오늘도 저는 김밥 대신 크래커를 넣고, 미역국 대신 사과 조각을 싸며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그래, 아직은 서툴러도 괜찮아. 아이가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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